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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대통령이 해야할 말 ... "오염수 방류는 지구 침략이다" (2023.04.19) 안전 여부가 오염수 방류 기준이 되면 안 되는 이유 (2023.06.14) 정희진 씨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최근 두 개의 칼럼을 썼다. 필자는 해당 분야에 비전문가이지만, 그렇다고 칼럼을 쓸 수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대중을 대상으로 칼럼을 쓰려면 최소한의 사실 확인 및 현상 이해를 밑바탕에 두고 있어야 함에도, 두 칼럼 모두 해당 주제와 관련한 과학적 상식/사실/논쟁을 아예 무시하고, 해당 이슈를 노골적으로 정치적 이슈로 몰고간다는 데 있다. 해당 이슈가 국제정치적인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적 논쟁 역시 올바른 과학적 근거 위에서 이뤄질 때만 생산적일 수 있다. 올해 4월 칼럼에서 정희진은..
"인문학"이라는 용어 사용의 문제 인문학 쓸모 논쟁과 관련된 한 블로그 글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일견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이 논쟁을 그래도 좀 더 생산적으로 만들려면, 우선 "인문학" 분야 종사자들부터 "인문학"이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보통 "자연과학" 혹은 "사회과학"과 비교/대비되는 맥락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 때 불가피하게 부각되는 것은 양자의 방법론적 차이다. 전자의 탐구 방법론은 어떤 방식으로든 후자의 '과학적 방법론'과 비교/대조 대상이 되고, 이 맥락에서 종종 전자의 '비과학성'이 비판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인문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체계적인 실험을 설계하고 그 결과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핵심으로 하는 '과학적 방법론'은 역사학, 철학, 문학에 ..
오 마이 사이언스! - 과학주의의 종교성 과학이 종교를 대체할 수 있으며,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에드워드 윌슨(사회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진화생물학자), 대니얼 데닛(심리/과학철학자), 샘 해리스(신경과학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주요 목표는 유일신 종교(기독교, 가톨릭, 이슬람교 등)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과학을 올려놓는 것이다. 종교의 잘못된 가르침을 폐기하고, 올바른 과학을 토대로 인간 사회의 도덕과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예컨대, 인간의 본성은 신이 아닌 유전자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고(도킨스), 인간의 '자유의지'는 실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다(해리스). 따라서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을 통해서만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으며, 인간 행위의 책임은 행위자 개인이 아닌 그 행위를 결정한 ..
학위를 가진 책팔이들에 대한 단상 (feat. 샘 해리스, 유발 하라리) 도킨스가 에서 'gene's eye view'를 소개한 이후, 유전자의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진화심리학이라는 괴상한 유사과학이 생겨났고, 이제 이 유사과학은 "지성인"을 위한 대중출판시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여기에 앞장 선 이들이 학문적 훈련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들이 아니라, 샘 해리스나 유발 하라리처럼 과학이나 역사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들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일까. 이들은 본인들이 잘 모르는 분야를 거침 없이 넘나들고, 검증되지 않은 혹은 검증할 수 없는 명제들을 하나 둘 쌓아서 대중들을 유혹할 만한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재능이라면 재능이지만, 인류에게 유익한 재능은 아니다. 이들은 주장을 위해 사실을 희생시키고, 없는 위기를 만들어 내며, 엉뚱한 해답을 ..